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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시 욕구가 오픈런 촉발…소비 다양성 이해”쉽게 가질 수 없는 재화에 큰 매력 느끼는 MZ세대

쉽게 가질 수 없는 재화에 큰 매력 느끼는 MZ세대


중기이코노미 - 2022. 09. 08


최근의 오픈런(Open run)은 명품, 음식, 의류·신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강원도 고성의 델피노 리조트는 체크인 시간이 오후 3시이지만, 오전 9시부터 번호표를 뽑으려고 기다리길 주저하지 않는다. 울산바위가 보이는 좋은 방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재화가 넘치는 요즘 시대에, 희소가치에 무게를 두는 MZ세대들에게 있어서 1~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은 돈만으로 획득하기 힘든 물건·경험의 희소가치를 검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오픈런의 가치는 ‘희소성’에 있어=SNS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런던 베이글 뮤지엄’은 오픈런 열기가 식지 않는 ‘오픈런 성지’로 통한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다시피 영국식 분위기를 풍기는 이곳은 오전 8시에 열지만, 베이글을 먹기 위해 사람들은 오전 7시부터 길게 장사진을 친다. 시그니처 메뉴는 크림치즈와 꿀을 더한 브릭레인 베이글이다.

밤 10시, 이번에는 포켓몬빵 오픈런이다. 보통 밤 시간에 물건이 입고되는 동네 편의점 시간에 맞춰 포켓몬빵을 산 다음, 다른 가족들과 실시간 연락을 주고받으며 철새처럼 편의점을 이동해 남아 있는 포켓몬빵을 확보하기도 한다. 포켓몬빵을 실은 편의점 물류차가 도착하면 달려간다고 해 ‘물류런’이라고도 한다. 오픈런은 ‘매장이 오픈(open)하자마자 바로 달려간다(run)’는 뜻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오픈런(Open Run) 관련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203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오픈런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도 오픈런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7명(71.0%)이 ‘오픈런’이라는 단어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전체 47.4%는 직접 경험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주말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오픈런을 해봤다는 응답이 많았는데, 의류·신발 매장이나 팝업스토어, 편집숍의 경우 상대적으로 대기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매장의 경우 늦게 가면 제품이 품절되거나 일일 판매 수량이 한정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많았으며, 특히 의류·신발 매장의 경우 리셀이 가능한 제품을 판매(28.1%, 중복응답)하기 때문에 오픈런을 하게 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단순 경험 차원에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할 뿐 전반적인 오픈런 만족도는 낮은 수준에 그쳤다.

이러한 오픈런 현상의 확대는 매장이나 제품의 ‘품질’보다 ‘희소성’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런을 시도하는 건 제품(매장)의 품질 때문이라는 응답이 19.2%에 그친 것과 달리 제품(매장)의 희소가치 영향이라는 응답(59.4%, 동의율)은 높게 나타났다. 다만, 향후 오픈런 시도 의향은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오픈런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도=한편, 오픈런을 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고(60.1%, 동의율), 시간이 너무 아까운 데다(56.4%) 오픈런 때문에 노숙을 하거나 새벽부터 기다리는 사람들이 한심하게 느껴진다는 응답(50.2%)도 있었다. 특히 오픈런은 SNS나 미디어 등에서 조장하는 현상인 것 같고(65.4%, 동의율), 공급량을 줄여 희소가치를 높이는 마케팅 전략에 불과하다는 지적(62.1%)도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요즘처럼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의 오픈런 현상은 극심한 사회 양극화를 보여주는 것 같다(70.7%)는 응답도 확인해볼 수 있었다.

리서치 전문기업 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의 ‘명품 매장 앞 지속되는 오픈런에 대한 인식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26.7%의 성인 응답자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고 답한 바 있다. 구매하고 싶은 명품을 얻기 위해 오픈런을 한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77.0%가 ‘없다’고 답했다. 오픈런을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1.3%는 ‘구하기 힘들수록 괜히 갖고 싶어지는 심리 때문에’라고 답했다. 오픈런을 경험한 응답자의 경우 통상적인 대기 시간은 10시간 이상이 42.1%로 가장 높았다. 이어 2시간 미만(23.1%), 2~4시간 미만(13.3%), 8~10시간 미만(9.1%), 4~6시간 미만(7.7%) 순으로 집계됐다.

◇韓만 명품사려고 오픈런 하는 이유=현효원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유독 한국에서 명품을 구매하기 위해 오픈런을 하는 특수한 현상에 주목했다.

현 교수는 “한국의 사회문화적 특수성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유독 한국에서만 명품을 구매하기 위한 ‘오픈런’과 같은 특수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서열의식·권위주의가 만연하고, 존비어 체계를 이용하는 까닭에 ‘지위’에 대한 인식을 크게 가지고 있다”며, “이에 상대보다 우월한 지위를 가진 사람이 마치 인격적으로도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잘못 인식되곤 한다. 희귀품을 소유하게 되거나, 고가격의 명품을 구매하는 것이 개인의 우월한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사용되며 과시를 위한 상징적 소비 행태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오픈런을 하는 이유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를 빼놓을 수 없다. 베블런 효과란 비싼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상황과 주변의 부러워하는 시선을 즐기는 사회적 자의식이 소비의 큰 동기가 되는 현상”이라며, “남에게 인정을 받고 자존감을 충족하는 수단으로써 명품 또는 희귀품을 소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효원 교수는 오픈런을 ‘소비의 다양성’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는 것이 마치 사회적 문제처럼 비춰지지만, ‘소비의 다양성’이라는 관점으로 이해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 교수는 “현대의 소비자들은 자기표현 수단으로써 남들이 쉽게 가질 수 없는 희귀한 제품을 소유하는 것에 큰 매력을 느낀다. 소비자들은 값 비싸고 희귀한 제품을 소유하고 소비함으로써 Hedonism(쾌락)을 느낀다”라며, “소비자들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제품을 찾아나서는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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